미국은 왜 ‘자유조선’ 리더를 잡으려하나…김정은과의 숨은 ‘협상카드’?

에이드리언 홍 창(한국명 홍으뜸)에 대한 주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 전복을 주장하는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된 홍 창은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의 리더다. 자유조선은 2월28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곳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가 대사로 근무하던 곳이었다. 홍 창은 왜, 하필 그 시점에, 스페인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갔을까. 그리고 미국 연방검찰은 반북 단체의 리더인 홍 창을 기소하고, 지명수배까지 내리며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사법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잘 나와 있다. 관련 내용을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 보도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홍 창은 2월 22일 오후 5시쯤 대형 칼(마테체)과 방어용 스프레이, 가짜 총기 등을 소지한 조직원 6명과 함께 북한 대사관에 침입했다. 이후 이들은 북한 외교관 3명을 포박하고 소윤석 경제 참사를 폭행한 뒤 화장실로 데리고 가 손을 묶었다.

사건 당시 대사관 가장 윗층에서 문을 걸어 잠근 북한 외교관의 아내는 용의자들이 문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하자 테라스로 뛰어 내려 부상을 입었지만 탈출에는 성공했다.

이후 이 여성의 신고로 출동한 현지 경찰 3명을 만나게 된 홍 창은 대사관 관계자로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은 여러 대의 펜 드라이브, 컴퓨터 두 대,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포함된 하드 드라이브 두 개와 핸드폰을 탈취해 밤 9시40분쯤 도주했다. 미 연방 검찰은 홍 창을 멕시코 국적의 미 영주권자로 보고 있으며, 홍 창이 현재 미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 사법당국은 홍 창 등 자유조선 멤버들을 특수강도 집단 정도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의문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유조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당한 직후,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자처해왔다. 게다가 자유조선은 북한 임시정부를 자칭하며, 가상 비자도 발급하고 있다. 가상화폐로 후원금까지 모집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북단체의 리더에 대한 대접치고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이와 관련, 스페인 정부는 홍창을 포함해 습격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자유조선’이 미 사법당국의 기소내용을 정면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창 등을 변호하는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 창은 인권운동가며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아시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선 “어떤 폭력도 침입도 없었으며, (홍 창 등은) 북한 대사관의 초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CNN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이때는 “홍 창이 현재 북한의 보복을 예상하고 모처에 숨어 있다”며 “북한이 홍 창과 다른 사람들을 겨냥해 암살단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홍 창 등은 ‘범행’ 직후 미 FBI(연방수사국)과 접촉했다. 김혁철이 있던 북한 스페인 대사관에서 습득 혹은 탈취한 물건과 정보들을 FBI에 건냈다는 것이다. FBI는 이를 다시 스페인 당국에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도난품 대부분은 FBI와 스페인 정부를 통해 북한에 되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홍 창 등을 잡으려 했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CIA(미 중앙정보국) 배후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인 더네이션은 2일(현지시간) “스페인 경찰과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홍 창이 스페인에서 CIA 당국자들과 만났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IA의 물고문을 폭로했던 전직 요원 존 키리아쿠는 더네이션에 “CIA는 이런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같은) 작전을 절대 승인하지 않는다. 너무 비전문적이고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CIA가 (습격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했을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틀림없이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도 CIA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신문은 괴한 중 최소 2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이들이 CIA와 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CIA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 홍 창을 지명수배한 것에 대해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암살조’로부터의 보호라는 설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암살당하기 전에 미국이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타임즈의 제퍼슨 모렐리는 2일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3차 핵협상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 사람들은 아마도 미국이 자신들을 위해 자유조선을 파괴하는 번거로운 일을 대신 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아울러, 루이스 교수는 자유조선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의 목적을 ‘하노이 회담’의 방해로 추정했다. 루이스 교수는 “자유조선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깨기를 원한 것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전복을 바라는 자유조선은 미·북 정상 간 담판을 통한 ‘김정은의 성공’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이런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홍 창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여러 방면에 활용될 카드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김정은에 대한 압박과 회유, 양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창이라는 인물 자체도 ‘미스터리’다. 조선일보는 홍창이 과거 국내 토론회에서 리비아 카다피 독재정권 사례를 북한 김씨 독재체제 붕괴 모델로 언급했다는 것을 근거로 중동 고위인사들과 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예일대 역사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4년에 북한 인권 세미나에 갔다가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후 북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이다. 실제 홍 창은 북한 민주화 단체 ‘북한 해방(Liberty in North Korea·LiNK)’을 설립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홍 창이 카다피가 축출된 후 리비아에서 활동하며 혁명 정부 설립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상당히 거물급이라는 점은 그를 변호하고 있는 월로스키 변호사의 화려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초국가적위협 담당 국장을 지내다 2001년 로펌에 합류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를 지낸 인물이다. 미국의 유명한 인터넷 강연 플랫폼인 테드도 홍 창을 적극 후원했다. 홍 창은 2009년과 2010년에 TED 팰러우였다. 그는 2011년 12월 샌디에고에서, 2012년 2월과 2013년 6월엔 리비아에서 각각 북한의 인권 등을 고발하는 ‘테드 토크’를 조직했다. 조만간 홍 창의 신병을 확보하게 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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