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최대 비행거리 200㎞에 이르는 단거리 발사체가 '300㎜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4일 최대 비행거리 200㎞에 이르는 단거리 발사체가 '300㎜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4일 최대 비행거리 200㎞에 이르는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해 그 실체와 발사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70~200㎞를 비행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이후 17일 만이다. 당시 시험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비행거리 20여㎞ 추정)보다 사거리가 길다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위협'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이 이날 쏜 단거리 발사체는 300㎜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2014년 3월 4일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북동 방향으로 신형 300㎜ 방사포로 추정된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발사한 적이 있다. 이 발사체는 150여㎞를 비행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의 비행특성은 대구경 방사포와 유사했다"면서 "2014년 3월 호도반도 때 발사된 것과 유사한 비행궤적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발사체가 300㎜ 신형 방사포가 맞는다면 북한은 이를 개량할 목적 또는 포병부대의 훈련 차원 등으로 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300㎜ 방사포를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등에서 공개한 바 있고, 이미 실전 배치했기 때문이다.

'고강도' 도발위협 국면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00㎜ 방사포는 사거리가 단거리 미사일과 유사하다 보니 레이더 궤적만으로는 탄도미사일과 혼동할 때가 많다. 탄두에 고위력의 포탄을 장착할 경우, 탄도미사일의 특성인 '포물선 비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탐지된 것도 장거리 레이더 등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서 첩보 위성으로 정찰하고 있어 이 발사체를 위성으로 포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에 포착됐다면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지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한 것도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한미가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 탄도미사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미는 위성 등 복합 정보자산에 포착된 것을 토대로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00㎜ 신형 방사포는 한국군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로 꼽힌다. 차량에 탑재해 운용하기 때문에 기동성과 은닉성이 우수해 정밀 타격하기 쉽지 않은 무기이다.

300㎜ 방사포의 사거리는 최대 170~200㎞에 달한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쏠 경우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포함한 수도권 전역과 전북 군산 주한미군기지,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핵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포병전력이다.

북한의 기존 방사포는 107㎜, 122㎜, 240㎜의 3종이며 240㎜ 방사포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90㎞다.

북한은 중국 방사포 'WS-1B'를 모방해 300㎜ 신형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WS-1B는 구경 302㎜에 사거리 80~180㎞로, 4~6개의 발사관을 갖췄다. WS-1B가 발사하는 150㎏ 고폭탄은 약 2만5000개의 파편으로 부서져 살상 반경이 70m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200㎞를 비행했다는 점에서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