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으시고 세상의 모든 행복을 안겨주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원수님의 따사로운 손길 아래 조국 땅 그 어디에서나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래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고 있는 데 대하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6월 2일 ‘6·1 국제아동절 68돌 기념 친선모임 진행’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의 일부다. 6·1 국제아동절은 북한의 어린이날이다. 이 날 평양 개선청년공원유희장에서 열린 운동회와 율동공연 등을 소개한 것이다. 북한에선 어린이날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찬양이 빠지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잘 크는 것도 부모 덕분이 아니라 김정은 덕이라고 선전한다.

북한의 어린이날은 엄밀히 말하면 두 개다. 한국은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한다. 북한은 1949년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정한 ‘국제아동절’을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삼았다. 소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을 위해선 6월 6일 소년단 창립일이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아동절과 소년단 창립일을 휴일로 지내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의 공연과 체육대회 등을 보기 위해 기꺼이 휴가를 내거나 조퇴를 한다. 이를 위해 일요일 잔업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김씨 왕조’에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을 집중적으로 한다. 지난해 6월 7일 노동신문 2면에 나온 기사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랑과 정이 넘쳐나는 사회주의 대가정’. 당이 어버이고, 주민은 자녀와도 같은 존재로 묘사한다. ‘위대한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원수님’은 북한 사회의 아버지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서로 믿고 사랑하고 도우면서 화목한 대가정을 이루고 다 같이 삶의 보람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참모습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체 인민이 수령을 친어버이로 모시고 받들며 당의 품을 어머니 품으로 믿고 따르며 수령, 당, 대중이 생사 운명을 같이하는 하나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를 이루고 있다.’” 북한의 어린이날에 실리는 실제 문장이다. 씁쓸한 대목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