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등 동맹과 국제 압박 공조 강조…중러 견제하며 지렛대 유지 차원
속도조절론 속 3차 담판 열어둬…'톱다운' 고수로 6자회담에 쐐기 포석
美 '제재 통한 비핵화 견인' 고수, 北에 공 넘겨…교착 길어지나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제재 유지 등 '빅딜론'에 터잡은 대북압박 기조를 재확인하며 장기전 채비를 거듭 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을 통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갖는 등 중국에 이어 러시아로도 대외 접촉면을 확대, 제재 균열 및 이를 통한 대미협상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보내는 '답신'인 셈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북측의 태도 변화 요구에 '대북압박 기조' 유지로 맞받아치며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동시에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며 북미 정상 간 일대일 담판에 의한 톱다운 해결 의지를 거듭 밝힘으로써 푸틴 대통령이 띄우기에 나서고 중국이 가세한 '6자 회담' 카드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확인했다.

중러의 개입으로 판이 더 복잡해지고 협상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 다 각자의 우군 확대를 시도하는 한편으로 상대의 결단을 압박, '핑퐁 게임'을 이어가고 있어 '하노이 노딜' 이후 이어져 온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9일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주관한 대담에 출연, 향후 비핵화 전망에 대해 '어려운 도전'이라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비핵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일을 거론하며 국제적 제재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볼턴 보좌관도 전날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올바른 시점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데 준비돼 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 이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더 엄격한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가지 않겠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겠다"며 확인한 속도조절론의 연장선에서 '빈손 회담'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빅딜론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단계적 접근법을 취했던 과거의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는 언급도 했다.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의 일방적이고 비선의 적 태도'로 돌리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충분한 숙성 작업 없이 성급히 김 위원장과의 재회에 나섰다가 또다시 '노딜'로 귀결될 경우 재선가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러의 제재 이행과 관련,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이행 강화'를 요구하며 보다 선명하게 말하긴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나 볼턴 보좌관 두 사람 모두 초점은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속도조절론이 계속 유효하기 위해선 제재 전선이 유지돼야 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제재 공조의 틀에 묶어두는 게 지렛대 확보 차원에서 필수적이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에는 방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제재 유지 등 비핵화 견인을 위한 대북압박 공조를 다시 한번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돕고 있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핵화 우군'을 늘려 전선을 넓게 침으로써 북러, 나아가 북·중·러로 이어가는 대미 연대 구축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올바른 시점'이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여건 조성'을 강조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정상간 추가 핵담판을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북측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차원을 넘어 6자 회담 등 다자협의체 틀을 통해 현재의 북미 정상간 톱다운 협상 판을 흔들려는 중·러를 분명히 견제하면서 기존의 톱다운 틀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못 박은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볼턴 보좌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6자회담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들어 6자 회담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중국도 29일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미 모두 장기전을 대비하며 밀당을 계속하고 있는데 중러 등 각국의 셈법이 얽히면서 비핵화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정식이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에 더해 폼페이오 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통일전선부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북측의 대미 협상 라인에도 재편이 예고되는 상황이라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북측의 협상배제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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