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남북러 협력, 韓이익 부합"…'한국도 당사자' 공개호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남북러 차원의 3각 인프라 협력이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며 한국의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청해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남북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가스관 연결 등 남북러 3각 인프라 구축 사업을 언급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이뤄질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는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에 남북의 철도연결이 진행됐다"면서 "이는 이미 러시아로 연결돼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범 운행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남북 철도연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난해 말 개성에서 개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도 남북러 3각 협력의 당사자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환기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프로젝트가 이행되면 핵심 문제를 푸는 데 긴요한 신뢰 구축에 필요한 여건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언급, 남북러 3각 협력이 정치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TSR-TKR) 연결, 남북러 가스관 사업, 극동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의 한반도 공급 사업 등 남북러가 참여하는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지속해서 관심을 보여 왔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는 최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상견례에서 "(남북러) 3각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 러시아도 노력해왔다.

프로젝트의 실현을 통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고 몇 번 강조했다"면서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제재 상황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자주권'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 의무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속에서 한국이 남북러 경제협력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힘든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참여를 추진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제재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 사례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실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남·북·러 복합물류 사업이었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3차례의 시범운송까지 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대북 해운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컨소시엄사들의 참여가 무산되고, 러시아 업체들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을 우려해 해당 노선 이용을 꺼리면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러시아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당장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기보다 향후 잠재적 협력을 위한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남북러 3각협력 참여 문제를 공개 거론한 데는 경협을 연결고리로 한국을 '제재 완화' 논의에 끌어들이려는 북러 양국의 전략적 계산이 함께 녹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