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불과 이틀 앞둔 25일 우리 정부에 “앞에서는 평화와 대화를 운운하고 뒤에서는 동족을 반대하는 불장난질을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해 1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를 계기로 시작된 남북한 관계 변화 속에서 북한이 이같이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한 건 처음이다.

조평통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란 제목의 대변인 담화를 냈다. 담화에서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남북 간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향후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훈련이 남북 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며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이 대변인 담화를 낸 건 지난해 1월 23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방문 때 우리 측 보수단체의 인공기 소각에 반발한 후 1년3개월 만이다. 조평통의 이날 담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된 직후 나온 만큼 장금철의 배후 역할이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우리 정부와는 당분간 어떤 대화나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작심 발언이자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불만의 표시”라고 분석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남북 간 소장 회의는 9주째 열리지 않고 있다. 27일 판문점에서 열릴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평화 퍼포먼스’ 공연에도 북한 측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