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일전선부장 물러난 김영철…'하노이 결렬'로 문책당한 듯
북한에서 대남·대미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사진)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됐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50대 후반인 장금철은 사회과학원 직장동맹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에서 민간 교류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지난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에 새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4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종 정상회담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민 인물이다. 하지만 12일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국무위원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끝으로 공식 행사에서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김영철은 김정은의 방러 수행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24일 김정은의 방러를 보도하며 김평해·오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이영길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수행원으로 호명했다.

김영철의 교체 배경은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분야에 힘을 쏟으면서 군부 출신인 김영철 대신 정통 외교, 경제 관료를 내세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수행단 중 첫 번째로 이름이 나온 김평해와 오수용은 북한의 경제정책, 특히 대외 교류 협력 의제를 총괄한다. 2월 김정은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당시에도 베트남 내 주요 경제시설을 시찰했다.

이용호 최선희 등 ‘외무성 라인’이 모두 김정은을 수행한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김정은의 입’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김영철은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한 대외 협상을 할 때 전면에 내세우는 ‘카드’로 활용돼 왔다. 그는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대남 정책을 총괄하면서 군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이날 여러 명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와 인민무력성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노이 주재 대사관 직원과 외무성 간부 등 4명이 총살됐다는 얘기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사전 실무 협상을 했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인 명단에서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