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실 점거·성추행 논란…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간 '막장국회'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의장실에 와서 뭐 하는 것이냐.”

24일 오전 국회에서는 문희상 의장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선거제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대상 안건) 처리를 놓고 정면 충돌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아야 한다며 의장실을 점거했고, 문 의장과 국회 직원들이 뒤엉켜 정면 충돌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장실 점거 및 항의에 충격을 받고 탈진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 의장 측은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을 자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장실 점거·성추행 논란…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간 '막장국회'
한국당에서는 문 의장 병원행에 ‘성추행’으로 맞불을 놨다. 문 의장 앞을 가로막은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복부를 문 의장이 두 손으로 접촉했다는 게 한국당 측 주장이다. 임 의원이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자 문 의장은 두 손을 임 의원의 뺨에 가져다 댔다.(사진) 임 의원은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여성으로서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이 이날 의장실 점거에 나서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 농성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물리력과 고성이 오간 의장실은 2012년 만들어진 ‘국회 선진화법’ 이전의 국회를 보는 듯했다. 국회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성과 폭력을 없애고 설득과 대화를 통한 입법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동안 국회에서 폭력 사태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의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이 주도한 법이다.

그러나 최근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국회에 다시금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물리적 충돌뿐 아니라 언어폭력도 심각하다. 국회는 이날 발생한 일련의 ‘폭력 사태’와 관련해 본인들이 주도한 선진화법 취지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