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黨 진로 심각히 고민"…이언주 탈당
이언주 의원(사진)이 23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당이 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기로 최종 추인한 것에 반발하면서다. 바른정당계인 유승민 의원도 “당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분열’이 목전에 다가온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지도부의 수적 횡포 속에 가결됐다”며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1표차(찬성 12·반대 11)로 추인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 의원은 이날 의총장에 출입조차 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추인이 기폭제가 됐지만 그간 이 의원과 당 지도부 간 이념 차이가 컸던 만큼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두 계파의 갈등이 봉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옛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들은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갈등 이면에는 ‘범여권 다수연대’와 ‘보수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노선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바른미래당이 추인한 이상 유 의원 등 보수통합파들이 바른미래당에 오래 머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