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5일까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회는 두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면 늦어도 270일이 지난 2020년 1월 19일에는 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90일, 본회의 상정 기한 60일 등 3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오른다. 여야 4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협조를 통해 본회의 상정 기한 60일을 줄여 270일 안에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4당 간 잠정 합의안 도출 후 “패스트트랙 지정은 새로운 협상의 시작”이라며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을 가지고 그전에라도 협상을 통해 (더 빠르게)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선거제 개편안이 내년 1월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및 예비후보 등록 기한 등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올 12월 17일 시작된다. 공직자는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까지 공직을 사임해야 출마할 수 있다. 이전까지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후보들은 자신이 활동할 선거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깜깜이’ 선거에 나서야 한다.

20대 총선 때도 2015년 12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선거구 획정안이 만들어져 국회로 간 것은 2016년 2월이었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나중에 선거구가 획정되면서 기존에 활동하던 선거구가 없어진 후보들은 다른 선거구로 이동하는 불이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지금으로선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빨리 법안이 통과돼 선거구 획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전까지 정치 지형이 변하면서 패스트트랙 표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 4당이 현재 전체 의원 300석 가운데 177석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지만 총선 전까지 보수통합 등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으로 28개 지역구가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는 의원들로부터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