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2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대상 안건)에 올리기로 합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은 공수처에 제한적인 기소권을 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신설되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재정신청권을 부여하고 수사하는 사건 중 판사·검사·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 한해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각 부처 장·차관이나 군 장성,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국회의원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했다.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면 검찰은 기소해야 한다.

제한적 기소권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빼야 한다는 바른미래당과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이 한 걸음씩 양보한 절충안이다. 여야는 줄다리기를 벌여온 공수처장 추천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았다. 추천위원회에 여야 위원을 두 명씩 배정하고, 위원 5분의 4 이상 동의를 얻어 추천된 두 명 중 대통령이 지정한 한 명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공수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18명 위원 중 확실한 패스트트랙 찬성파는 이상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특위의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합세해야 정족수인 11명(5분의 3 이상)을 채울 수 있다. 오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검찰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검사들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과 중복으로 수사해 혼란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검사는 “‘김학의 사건’을 만약 공수처와 검찰이 각자 수사한다면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검찰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따로 수사하는 이상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와 검찰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기관 간 갈등도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문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 합의안에서 국회의원 등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공수처 신설을 위해 여론을 주도해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합의 직후 올린 글의 게재 시점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이 합의안에 찬동한다”는 글을 올린 시간은 ‘21시간 전’인 21일 오후 6시34분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날 4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진통 끝에 합의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미리 결과를 알고 글을 작성했다는 얘기다. 조 수석은 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올린 입장문을 삭제하고 새로운 글을 올렸다.

임도원/안대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