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대화 상대’를 탓하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곁에 대북 강경파들을 떼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미측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전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빅딜’ 언급에 대해 ‘희떠운 발언’이라며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인 지난 18일엔 같은 형태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이오가 아닌 인물이 나서기를 바랄 뿐”이라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가 북한 협상팀을 계속 이끌 것”이라고 북한의 협상 책임자 교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미·일 외교·국방장관의 2+2 회의를 마친 뒤 “북한에 대한 모든 제재를 계속 시행하고 모든 국가가 이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CNN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북한은 폼페이오와 볼턴이 (북한이 생각하는) 합의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확산방지국장을 지낸 에릭 브루어는 CNN에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언급은 북한의 통상적인 엄포”라고 단언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틈을 벌리려고 애를 써왔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오는 24~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일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은 김정은 집권 후 처음이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러 정상회담 일정이 24일 만찬, 25일 단독 및 확대회담으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는 이미 지난주부터 학생들의 출입마저 전면 통제됐다. 극동연방대의 모든 수업이 취소됐으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호텔과 식당 등의 예약도 쉽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열차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집사’로 잘 알려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역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선 양측 간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서 지난 1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모스크바에 급파해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탈 사전 방지에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 “이 메시지에는 현재의 방침에 중요한 내용과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상황으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21일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미·북 톱 다운 협상의 동력을 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