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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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정식 임명하면서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중도·진보 성향이 다수인 쪽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색채가 한층 옅어졌다는 의미다.

문형배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관으로 불린다.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문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사형제를 폐지하고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진보적 소견을 거리낌 없이 밝히기도 했다.

이미선 재판관도 마찬가지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단체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관이지만 진보보다는 중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재판관은 노동법 전문가로 노동자 권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상임금 소송 등에서는 사용자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도 다수 선고했다.

기존에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외에 정통법관 출신인 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이 보수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됐다. 반면 진보성향 재판관으로는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 재판관 등이 거론돼 상대적으로 수가 적었다.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뚜렷한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새 재판관 2명이 임명되면서 헌법재판관의 성향은 진보 4명, 보수 2명, 중도 3명으로 꾸려졌다. 보수 색채가 훨씬 옅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각종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요 사건에 대해 헌재가 이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사형제 폐지나 군 동성애 처벌조항 폐지 등 찬반 의견이 명확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이슈에서 기존과 다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헌법소원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등 각종 공안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진보적 견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는 결정도 자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 재판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이 재판관도 "국민의 목소리를 정성을 다해 듣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따뜻하게 보듬으며, 국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헌법재판소가 되도록 재판관으로서 소임을 다함으로써 국민과 헌재 가족에 진 빚을 갚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