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교청서 '대북 압력' 표현 삭제…대북유화 움직임으로 "납치문제 해결 목적"
일본 외무성이 오는 23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배포할 예정인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 기존에 있었던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까지 높여 간다”는 표현을 삭제한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9일 전했다. 매년 발행되는 외교청서는 국제정세와 자국 외교에 관한 일본 정부의 상황 인식과 방침을 보여준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외교청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에 대해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이후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삭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납치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에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을 압박해 간다”고 했지만, 올해는 표현이 수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납치문제의 해결 없이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는 기본 입장에 대한 기술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을 향한 유화 제스쳐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타개를 위해 북한이 반발하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전향적 대응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라며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의 표현에 변화를 줘 북한에 계속 메시지를 보내 협상으로 이어지게 할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음은 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며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수차례 보이고 있다. 일본은 유엔인권이사회에 지난해까지 11년간 대북 비난 결의안을 공동 제출했지만, 올해에는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북한에 유화적 자세를 보이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내달 25일부터 28일까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