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당정이 논의 중인 개편안보다 크게 후퇴한 데다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가 이뤄진 점도 문제 삼았다.

"협의 없이 가업상속공제 개편"…홍남기 '마이웨이'에 與 '부글'
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한 위원은 15일 “홍 부총리가 여당에 (입법)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과 사전 교감 없이 발표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업 상속 후 기업의 지분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된 중소기업이나 매출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홍 부총리는 매출 요건과 최대 500억원인 공제한도는 손을 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가 발언한 개편 방향은 가업상속 TF에 속한 여당 의원뿐 아니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F의 한 위원은 “자본시장 발전과 혁신성장 관점에서 매출 요건을 수정하는 등 여러 대안을 준비 중인데 정부가 사전 조율 없이 통보했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 때처럼 여당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가 이뤄졌다며 ‘여당 패싱’이란 얘기도 나온다.

가업상속 TF는 지난달 13일 열린 2차 회의에서 기재부가 이원욱 의원(가업상속 TF단장)이 낸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당내 전문위원과 기업인 등의 의견을 취합한 뒤 정부와 다시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4일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 기준을 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상속 후 가업 유지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달 말을 목표로 가업상속공제와 증권거래세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정부 의지대로 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질없이 여당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 이후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상속 후 가업 유지 기간만 바꾸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며 “업계 요구대로 매출 기준을 1조원까지 높여야 다수의 기업이 기업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 사이에선 여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 방안을 당과 충분한 조율 없이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TF 소속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은 다소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