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력갱생’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세력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자립경제’가 허풍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제재 문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공언이 역설적으로 북한의 경제난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1일 북한 시장에서 쌀과 밀가루 등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1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7일 기자들에게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며 “약 1년 안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북한 경제가 “1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는 인식이 미국 지도부에 공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에서도 북한 경제가 대북 제재 여파로 장기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늦어도 내년, 이르면 올해 안으로 북한의 외화는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한을 ‘연말까지’로 제시한 것도 북한의 내부 사정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잇따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올해까지 상당 규모의 무상원조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는 내년부터 시작이다.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김정은 체제의 ‘달러 박스’가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1990년 김일성 주석 이후 29년 만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한 것은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한 ‘할아버지 따라하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