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국가수반으로 등극…최용해, 黨·政 모두 2인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재추대되며 ‘김정은 정권 2기’가 출범했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는 최고인민위원회까지 포괄하는 국가기구로 격상됐다.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에 최용해, 내각 총리에 김재룡이 임명되는 등 북한 지도부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대외적으로도 ‘국가수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12일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 대의원 선거로 새롭게 구성된 2기 김정은 체제의 첫 최고인민회의다.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권한이 한층 강화된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직 위에 별도로 신설된 제1부위원장 자리에 임명된 최용해는 김영남에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도 물려받았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다. 북한의 대외 외교도 책임진다. ‘대외적 국가수반’ 지위가 사실상 국무위원장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에게 대외적인 국가수반 지위가 부여되면서 국무위원회의 지위와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국무위원회는 김정은을 포함해 12명이었지만 이번에는 2명이 증가해 14명으로 구성됐다. 부위원장 자리에는 최용해와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던 박봉주가 남았다. 위원에는 기존의 이수용·김영철·태종수 노동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최부일 인민보안상에 더해 김재룡 신임 내각 총리와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이만건 당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름을 올렸다.

이수용·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이 위원 자리를 유지하고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의 ‘입’ 역할을 한 최선희 부상이 새로 진입한 것을 두고 향후 북한 외교의 중추 역할을 국무위원회가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미·북 협상은 당 통일전선부장 직책도 맡았던 김영철이 주도해왔다. 이번 인사를 두고 김정은이 미·북 협상을 국무위원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8090’서 60대로 세대교체 단행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 권력기구 수장들을 모두 바꾸는 등 김정은 정권 2기를 이끌 권력 집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년 넘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켜온 91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69세의 최용해로 교체했으며 80세의 박봉주 총리 대신 60대로 추정되는 김재룡을 앉혔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이 여전히 대의원이고 박봉주 역시 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서 좌천성 인사라기보다는 세대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에 대해 “북한의 큰 통치구조 변경은 없는 가운데 김영남, 최태복 등 고령자가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무위원회는 제1부위원장 자리가 신설됐고 위원이 증가하는 등 규모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번 인사에서는 자력갱생에 방점이 찍혔다. 전문 경제관료를 대거 전진배치했다. 정치국 후보위원 전체 보선자 6명 중 조용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 관련 엘리트들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 후임으로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을 임명한 것도 경제일꾼 발탁으로 풀이된다. 자강도는 북한의 군수공업 관련 시설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시·도 인민위원장들을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전진 배치한 것은 자력갱생을 독려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