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협상 라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28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 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한 ‘실세’들이 승진하거나 자리를 유지했다. 김정은이 미·북 관계의 교착 국면에서도 하노이 회담의 중추를 맡았던 대미협상 라인을 계속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노이 결렬에도 北 대미라인 유지…김영철 건재·최선희는 승진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직접 보선됐다고 11일 전했다. 전날 ‘조직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다. 직접 보선됐다는 의미는 당 규약상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중앙위원으로 ‘직행’했다는 뜻이다.

‘북한의 입’으로 불리는 최 부상은 1·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 당국자로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언론의 질문 공세에 자유롭게 답하고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지난달에는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에도 새로 진입했다.

김영철
김영철
미국과의 협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상대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도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의 실무협상을 주도한 그가 문책을 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호명한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으로의 승진 인사 명단에 김 부위원장의 이름은 없었다. 부위원장으로 진입한 인물 중에도 김 부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다는 평가다. 기존 중앙위원 등에서 밀려난 ‘소환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자리를 지켜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인 현송월 당 부부장도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승진했다. 2017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에 오른 현 부부장은 1년6개월 만에 중앙위원에 진입하며 북한의 ‘문화외교’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