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2기 내각에 입각한 장관 5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탈원전 정책→한전 예산삭감→관리 소홀→화재" 주장나경원 "박영선·김영철 장관, 임명할 이유 없다" 장관 임명 비판자유한국당은 8일 강원지역 산불이 한국전력의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적자로 이어져 관리·보수 예산을 삭감케 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산불의 초기 발화 원인으로 지목된 고성 전신주 개폐기에 대한 관리 부실을 낳았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이번 산불에 민·관이 총력 대처해 인명피해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정부 안팎의 평가에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한전의 관리 부실 의혹을 살펴보면서 관련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까지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 지원 및 사고원인규명 연석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예상된바"라며 "누적적자뿐 아니라 배전의 유지·보수 예산이 상당히 삭감되는 등 전신주 등의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나 원내대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동시에 산불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만약 한전의 유지·관리 (소홀) 문제가 심각하다면 도심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꼼꼼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께서 무리하게 탈원전과 태양광 정책을 추진해 우량 공기업인 한전이 적자로 돌아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고 화재로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이는 문 대통령에 의한 '인재'고, 문 대통령에 의한 '재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정 정책위의장은 또 "주택복구 지원비가 가구당 1천300만원이라고 하는데 '공짜 리모델링' 의혹이 제기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리모델링 비인 3억원의 20분의 1도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집을 거저 고치는 데도 3억원씩이나 드는데 국가가 재난 관리를 잘못해서 일어난 산불로 집이 완전히 탔는데 1천300만원만 지원해준다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홍일표 의원은 "(발화점이었던) 고성 전봇대의 개폐기와 연결됐던 전선 중 하나가 강풍에 날려 땅으로 떨어졌고, 주변 전봇대와 충돌하면서 불꽃이 발생했다"고 했다.홍 의원은 "문제는 개폐기와 전선을 연결하는 리드선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이 관리 소홀 아닌가"라며 "전선의 리드선이 탈락하는 과정에서 한전의 책임이 없는 것인지 상임위 등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연혜 의원은 "전봇대 개폐기가 전국에 20만여개가 설치돼 있는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까 봐 우려된다"며 "작년 상반기에만 배전 유지보수 예산 집행 실적이 17%가량 줄었고, 정비 예산도 2016년부터 계속 줄어들기 시작해 약 30% 줄었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예산 축소 가능성을 거듭 주장했다.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임명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는 '임명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지만, 우리 당은 '임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독재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논평하기도 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장관에 임명된 인사는 11명을 기록했다.문 대통령, 장관 임명 배경 이례적 설명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5명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미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3명과 달리 박·김 후보자는 9일 0시부터 장관 임기가 시작된다.문 대통령은 이날 ‘험난한’ ‘우여곡절’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인사청문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행정능력, 정책능력을 잘 보여주기 당부드린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신임 장관들의 발탁 배경을 일일이 설명했다. 진 장관에 대해서는 “중진 광역단체장들과 잘 협력하기 위해선 특별히 조금 더 높은 경륜을 갖춘 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저희가 어렵게 청원드렸다”고 설명했다.박영선 장관과 관련해선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련 입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제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 등이 모두 살아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니 각별하게 성과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념 편향 논란이 제기됐던 김 장관에 대해선 “평생 남북관계 통일정책을 연구해오셨고 과거 남북 협상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또 박양우 장관에게는 “관광 분야가 전공인 만큼 한류 문화가 문화산업뿐 아니라 경제 관광이라든지 다른 분야에도 뒷받침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문 장관에게는 “해운업 위상이나 경쟁력을 되살리는 역할의 적임자라고 생각해 모셨다”고 말했다.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인사만 11명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데는 ‘3·8개각’을 마무리하고 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전 정부에서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들을 관례적으로 임명했다는 점을 들어 박·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하지만 집권 만 2년 만에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에 임명된 인사가 벌써 11명에 달하는 등 ‘속도’에서는 역대 정부를 뛰어넘을 태세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총 17명이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에 임명됐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10명이었다. 현 정부 들어 인사 강행 사례가 부쩍 늘어난 데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부실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야당시절 주장했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할 인사를 발탁하는 것은 물론 검증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간 정쟁으로 청문회가 ‘후보자 흠집내기’로 변질된 것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한층 어려워진 원인이다.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예기치 않은’ 유임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국토부 장관 후임은 시간을 갖고 찾아보자는 기류가 감지된다. 최정호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만큼 후임자는 부동산 정책 주무 장관으로서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로 복귀할 때까지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이 8일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이다.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을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논어에 나오는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을 언급하며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평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제도화해 평화통일로 가는 굳건한 반석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장관이 취임 첫날 제시한 목표는 ‘평화가 경제다’였다. 그는 “국민들이 평화를 체감해야 하며,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 기본방향이 바뀌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비핵화와 관련해선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직 관리에 대해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오직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 받는 공정하고 객관적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내의 결정권한과 책임도 대폭 위임해 각 분야에서 각자가 스스로 맡은 역할을 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취임식 후 통일부 기자단과 만난 김 장관은 소통을 강조하며 “잘못하고 있는 부분들은 과감히 평가하고 잘 하는 것은 격려해주며 부족한 것들에 대안을 제시해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 강력한 비판을 의식한 듯 “국회에 자주 찾아가고, 설명할 게 있으면 하는 노력을 내일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도 전했다.남북한 장관급 회담 개최 여부 등에 대해선 “업무를 파악하는 게 우선 과제”라며 “여러 가지 현안 방향, 중요하게 결정할 부분 등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