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후보를 낸 경남 창원성산에서 예상을 깨고 초접전 승부가 벌어지면서 여야의 내년 부산·경남(PK) 총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은 범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여영국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가 단일화에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여 후보는 단일화 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이날 투표 마감 후 개표함 뚜껑을 열자 예상밖의 표심이 드러났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여 후보를 멀찌감치 앞서가며 승기를 잡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자유한국당이 경남 통영고성에 이어 노동 1번지인 창원성산까지 접수하는 ‘2-0’의 압승을 거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까지 했다. 개표 95%를 마칠 때까지 강 후보에게 뒤처졌던 여 후보는 나머지 5%를 앞두고 극적인 역적 드라마를 펼쳤다. 두 후보 간 차이는 504표(0.54%). 약 3시간30분간의 개표방송 도중 처음으로 앞선 결과가 최종 승부로 이어졌다.

정의당은 지난 16∼18대 총선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노 전 의원이 터를 잡은 ‘진보정치 1번지’ 창원을 수성했다. 1석이 모자라 민주평화당과의 원내교섭단체가 와해된 정의당은 이번 승리로 원내 3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범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노 전 의원의 지역구를 사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후보 단일화 이전까지 창원성산을 방문하지 않는 것도 단일화를 염두에 둬서다.

정의당은 이번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했다. 선거를 앞두고 거처를 창원으로 옮긴 이정미 대표는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는 ‘노회찬 정신’ 계승이냐, 감옥에 간 박근혜의 복권이냐를 다투는 선거”라고 강조하면서 노동자 유권자가 많은 이 지역 표심을 파고들었다. 여당인 민주당이 여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도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이해찬 대표는 직접 창원을 찾아 “여 후보는 정의당 후보이자 민주당 후보”라며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정 연장을 비롯해 각종 예산·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창원성산 선거 결과에 마음 졸인 것도 단순한 1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