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엄한 민심 확인한 與…총선 전략 비상

'힘있는 여당론' 안 통해…작년 지방선거와 다른 PK민심 이반 확인
쇄신 요구 분출 가능성…"예방주사 맞았다" 시각도

"예상대로지만 예상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대로 '1 대 1'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냉정한 경고장을 받아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창원성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인 여영국 후보가 당선되고, 통영·고성에서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애초 여의도 정치권이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압승을 기대했던 창원성산에서 개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는 신승을 거두고, 의미 있는 선전을 통해 부산·경남(PK)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통영·고성에서 참패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우선 창원성산에서 단일화한 정의당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한 것이 뼈아팠다.

양당 후보 단일화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영국 후보가 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할 때 박빙 승부는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창원성산에서 자당 권민호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 지었고, 단일화 이후에도 여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로 불거진 인사검증 실패 등 선거 직전 악재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표심을 흔들어놨다.

이해찬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일주일 넘도록 경남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꺼내든 '정권 심판론'은 지역경제난에 성난 민심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통영·고성은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이 무투표 당선된 곳으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도 끝내 험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20% 가깝게 벌어진 한국당 정점식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막판까지 좁히지 못했다.

'힘 있는 여당론'으로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을 제시했는데도 역부족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이 '인해전술'식으로 수차례 통영·고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창원에 일찌감치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유세전을 진두지휘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정성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경남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는 만큼 당분간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당내 잡음이 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철저한 각성과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면서 차기 원내대표 선거 등을 계기로 원심력이 강해질 여지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1 대 1은 예상했던 결과"라면서도 "아무리 미니선거라지만 보궐선거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반성할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예방주사'를 맞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창원성산 개표 초반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나 깜짝 놀랐다"며 "곤혹스러운 결과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오히려 쓴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