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다음달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신호탄으로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북핵 관련 각국 정상들이 연쇄 회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28 하노이 결렬’ 이전까진 미·북 양자회담이 핵심 축이었다면 향후 북핵 협상은 남·북·미·중·일·러 등 6개국이 모두 관여하는 다자 협상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푸틴·시진핑도 북핵 협상에 뛰어든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작년 3월 대북특사가 가져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발언을 시작으로 한국이 독점적으로 누려온 중재자 지위는 사실상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부도 정부의 역할을 중재자에서 촉진자로 공식 교체했다.

중재 역할에 관한 한 최대 변수는 일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달 하순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조율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오는 5월 말과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돼 있지만 그 전에 아베 총리가 먼저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에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11일 이후, 4월 중에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정부도 날짜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북·러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유엔 제재 해제를 위한 여론전에서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연대를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의지가 여전하다. 시 주석은 상반기에 남북한 동시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