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벨기에 정상 만찬 참석 전경련
비즈니스 포럼도 개최했는데
재계 "필요할 때만 활용" 씁쓸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공식행사에 초청했던 청와대가 하루 만에 “기업과의 관계에서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전경련 패싱’ 논란을 키웠다. 줄곧 전경련을 배척해온 청와대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전경련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과의 관계에서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단체를 통해 모자람 없이 서로 협조를 구하고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실상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전경련을 향해 청와대가 직접적인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한·벨기에 국빈 만찬에 초대했다. 벨기에 측에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민간 기업들을 대표해온 전경련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청와대 공식행사에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 안팎에선 그간 소외받았던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차츰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전경련은 이날 한·벨기에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필리프 벨기에 국왕과 베르나르 질리오 벨기에경제인연합회(FEB)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우리 정부 들어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했다, 안했다’ 여부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전경련 채널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 단계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총과 대한상의가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며 “청와대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전경련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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