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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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를 안고 국회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엄마 정치인’의 모습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37세의 나이로 지난해 9월 아들을 출산, 생후 6개월째에 접어든 상태다. 20대 국회 최초로 현역의원 임기 중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평소 “해외 사례처럼 아이를 안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견해를 사석에서 종종 밝힌 바 있다.

신 의원의 이 같은 구상은 해외 사례가 참고가 됐다. 2017년에는 트래버 맬러드 뉴질랜드 국회의장이 동료 의원의 아기를 안고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딸을 출산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같은해 9월 유엔총회에 아기를 데리고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국회에도 이 같은 사례가 처음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르면 다음달 5일 본회의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과 ‘고용노동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발의자인 신 의원이 이 자리에서 제안설명을 하게 돼 있는데 이 때 단상에 아이를 안고 오르겠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발의한 육아관련 법안이 다음달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이를 데려옴으로서) 가족친화적인 일터와 일과 가정이 양립되게 하는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장 출입은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만 가능하다.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 허가를 받아 출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신 의원이 ‘의장이 허가한 사람’이라고 명시된 법 규정을 들어 문 의장에게 자녀 출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해 출산 전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이 법은 소관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문 의장은 현재 신 의원 요청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신 의원 요청을 들어줄 경우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비슷한 요청이 쇄도할 수 있다는 것도 의장단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에게 허가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구한 상태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할 경우 결정의 부담을 덜고 신 의원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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