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곳곳서 자료제출 두고 충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7일 개최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박영선 자료제출 공방…與 "망신주기 의도" 野 "내로남불 태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이 미흡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도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불법주차 과태료 면제 의혹 등 도덕성 검증에 주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문구까지 붙였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리한 제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제로페이와 최저임금 등 정책질의에 집중했다.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자료 요청을 해도 '개인정보다',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발뺌하고 있다"며 "과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40번 하면서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심지어 후보자는 지난 2013년 국기기관 등이 자료제출을 안 할 경우 경고나 징계할 수 있는 인사청문법까지 대표 발의했다"며 "오늘만 버티면 임명되는데 자료제출 잘못해서 흠집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인 것 같다.

자료 못 내겠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김기선 의원도 "후보자는 남의 허물에 대해선 준엄한 잣대로 비판하고, 특히 인사청문 과정에서 공직자의 정직과 도덕성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오늘 청문을 보니 정작 본인이 검증 대상이 되자 자신에게 적용되는 잣대는 남과는 달라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으로, 자칫 위선과 거짓으로 포장된 삶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로 각인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이훈 의원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기반한 자료제출 요구가 난무하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사실인 양 보도되는데 후보자가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자료제출이 거부된 것 중에는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다"며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살릴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여성 후보자로서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프라이버시를 건드렸다"며 "박 후보자는 4년간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의 상징이었는데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치적 망신주기에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기초자료를 두고 의심이 되는 경우에 추궁해야 하는데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적인 자료제출 요구를 보면서 의혹의 발단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고 박 후보자를 엄호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박 후보자가 입었던 롱 패딩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다 다시 자료제출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박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싶은데 후보자는 (패딩을 건네준 다른 의원을) 못 밝히겠다고 한다"며 "그냥 청문회를 넘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들어도 들어도 너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문회의 기본 자료가 재산형성이 제대로 됐는지 따질 수 있는 금융거래 내역"이라며 "지금 그 자료를 받았다는 야당 의원들은 아무도 없는데 본인 것은 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제가 청문회를 많이 해봤지만 특정 부분 금융거래만 요구했지 전체 금융거래 내역을 다 요청하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오후에 (자료를) 뗄 수 있다고 하니 내겠다.

하지만 제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같은 자료 요청했는데 황 대표가 끝까지 안 냈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금융거래 내역을 처음부터 다 떼라고 하는 건 못 봤는데 신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파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고, 이에 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박 후보자가 금융거래를 전부 요청했다"고 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