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특권층 비리에 국민 분노…'설치 적기'에도 진전 없자 靑 "갑갑"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하는 독립기관…20년 넘게 국회 문턱 못 넘어
'수사·기소 분리' 바른미래 案에 與 부정적…"또 안되나" 개혁동력 상실 우려
공수처법 또 표류위기…文대통령 "국민요구 수용" 국회에 호소

"정치권도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개혁에 동참하길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를 향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법안 등 각종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국회에 주문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공수처법을 거론했다.

여기에는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 만큼 이번에야말로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공수처법이 다시 표류할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답답한 심정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또 표류위기…文대통령 "국민요구 수용" 국회에 호소

청와대 내에서는 특권층과 권력형 비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된 지금이 공수처 설치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직이나 퇴직 2년 이내 대통령·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인사, 국회의원, 판·검사 등은 물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한 비리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제까지 검찰이 독점해 온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공수처가 가져가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센 만큼 독립적 수사기구인 공수처 설치에도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은폐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또 표류위기…文대통령 "국민요구 수용" 국회에 호소

그러나 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3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을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법 일부 조항에 이견을 드러내며 논의가 벽에 부닥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공수처법은 국회로 공이 넘어갔으니 여야의 세부 내용 합의를 존중하겠다"면서도 "수사·기소권이 분리되면 공수처 설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 목소리가 많은데,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공수처법은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뒤 20년 넘게 논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이번에야말로 법안을 통과시킬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여야의 마지막 이견을 좁히기 힘든 갑갑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재차 공수처법 처리를 강조한 데에는 여야가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해 법안 처리에 합의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개혁과제인 공수처 설치가 국회에서 또 좌절될 경우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국민청원 답변에서 "야당에 대한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을 공수처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청와대의 절박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언급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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