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한 줄을 위해 자문위원회에 이름만 걸쳐놨던 후보자가 이번엔 장관 직책조차 한 줄의 스펙으로 생각할까 우려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24일 제기한 의혹이다. 김 후보자가 2006~2008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됐지만, 회의엔 단 한 차례 참석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5일 시작된다. 야당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을 낙마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설화(舌禍)에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는 김 후보자가 1순위 ‘타깃’으로 꼽힌다.

인사청문 ‘슈퍼위크’ 시작

"김연철, 통일부 정책자문회의 한 번만 출석"
야당은 25일 최정호 후보자(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26일 김연철(통일부)·박양우(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해양수산부), 27일 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진영(행정안전부)·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등 사흘간 이어지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겨냥한 공세 준비를 가다듬고 있다. 이날 정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로 첫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김 후보자가 과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에 불성실하게 참석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북한정보분과·사회문화교류분과 등 관련 분과에서 여섯 번의 회의가 열렸지만 첫 회의에만 참석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통일 관련 정책을 수립할 인물이 과거 통일부 관련 업무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불성실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작성, 부동산 차명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는 2004년 서울 방배동 아파트를 구입하며 시세보다 5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매수 신고를 했다. 김 후보자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장기 해외 거주 중인 처제 이모씨 명의다.

공수 준비 가다듬는 여야

여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파상 공세에 대비해 국회 외통위 소속 의원들을 교체(사·보임)하는 등 방어 태세에 나섰다. 기존 외통위 소속이었던 이해찬 대표와 박병석 의원을 각각 국방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고 최재성 의원과 윤후덕 의원을 외통위로 이동시켰다. 외통위 소속이었던 진영 후보자가 교육위원회로 옮기며 생긴 빈자리에는 박경미 의원을 투입했다. 야당도 일부 상임위 위원을 바꿔 청문회에 나설 ‘선수’들의 진용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최정호 후보자와 조동호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의 치열한 사투가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자신이 소유했던 경기 분당 아파트를 장녀 부부에게 편법 증여하고, 재건축 대상인 서울 잠실 아파트에 ‘갭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자질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후보자의 무선충전 전기차 사업은 후보자가 KAIST 교수 재직 시절 785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추진한 사업이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며 “막대한 정부 예산만 쏟아붓고 무슨 염치로 과학기술계 수장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등록한 특허가 900여 건에 달하지만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어 조 후보자의 능력에 의구심이 간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의원 불패 신화’ 깨질까

야당의 검증 칼날은 의원 출신 후보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될 전망이다. 의원 출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는다는 ‘의원 불패 신화’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야당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박영선 후보자의 인사청문 자료 제출 거부를 공개 질타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박 후보자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핑계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계속 거부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조차 “박 후보자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 후보자는 용산 참사가 발생한 건물 인근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재개되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진 후보자 측은 “실거주 목적으로 땅을 매입했을 뿐이고, 결과적으로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