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에 제동을 걸었다. 북한이 지난 22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수에 나서는 등 반발하자 ‘최대 압박’ 기조를 접고 일단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를 통해 “미 재무부가 오늘 대규모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했다”며 “나는 오늘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은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대북제재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다 나중에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 건 전날 발표된 대북제재가 아니라 다음주에 있을,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규모 추가 대북제재 계획”이라고 정정했다.

전날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을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리고 북한의 불법 해상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95척의 선박 명단을 공개한 것과는 다른 내용의 제재를 중단시켰다는 설명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며 “이런 (추가)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 추가 제재가 정확히 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재무부는 23일에도 ‘추가 대북제재 취소’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어떤 경우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미 공영방송 NPR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취소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회담 직전부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한 데 이어 회담 결렬 이후엔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 취소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미 언론에선 대북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이견이 노출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 정권에 대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요구해온 최고 참모들과의 균열이자 백악관의 대언론 메시지 전략 실패”라고 꼬집었다. 강경론을 유지하려던 실무진의 계획이 대통령 트윗 한 방에 김이 빠졌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