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2주 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 표명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에 대해 “계속할지 말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북한 대미 외교의 핵심 실세인 최 부상을 내세워 자신의 뜻을 알린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 등 부분적인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의 성명은 이르면 다음주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협상 중단을 공식화하고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끝내겠다고 발표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최 부상의 기자회견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진의 파악을 긴급 지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