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3일(현지시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탈북자들의 대북 정책 비판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인권 비판 제기를 피하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늦추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가 이날 공개한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시민의 자유에 대한 존중’ 항목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탈북민들에게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비난을 삼가라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자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난을 줄이라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지적을 한 것은 한국 정부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헤아 킨타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등 국제 인권단체는 그간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 인권 개선 논의를 촉구했지만 정부는 침묵해왔다.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한다는 명목으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후순위로 미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적·비정부적 조사와 관련한 정부 태도’ 항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는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탈북자 동지회에 20년간 지원하던 자금을 2017년 12월 중단한 것과 경찰이 전단지를 풍선에 담아 살포하려던 탈북자 단체들의 행사를 저지한 것 등이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더디게 진행했으며, 북한 인권대사는 1년 넘게 공석 중”이라며 “탈북자 단체들은 언론에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2016년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출범키로 한 북한인권재단은 표류하고 있다. 외교부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는 2017년 9월 이후 계속 비어 있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 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구금, 생명을 위협하는 정치적 수용소 등의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담당 대사는 브리핑에서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인권 상황이 가장 나쁜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다만 북한에 대해 2017년 보고서에 있던 ‘지독한(egregious) 인권 침해’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