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명운을 걸고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을 밝히겠다고 하자 "경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니 손을 떼라"고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경찰이 지금 수사대상이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경찰이 이틀에 걸쳐 정준영 폰 포렌식 업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면서 "민 청장은 고위경찰 유착수사에서 당장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이어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하는데 그 말도 한 두번이지 이미 때를 놓쳤다"면서 "고위경찰 유착수사만큼은 검찰에게 맡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막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이고, 수사로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과정이 있어 모든 사안을 명명백백히 밝힌 뒤 그에 따라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버닝썬 공동대표였던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씨, 클럽 직원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2016년 7월 한 참여자가 대화 도중 경찰 고위 인사의 비호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언급을 한 사실이 전날 공개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참여자의 발언 취지는 '옆 업소가 우리 업소 내부 사진을 찍었는데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더라'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메시지에는 경찰청장이 아닌 '경찰총장'이라고 적혀 있어 오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사건 언론보도 무마에 경찰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단톡방에서는 최씨 사건이 보도되지 않고 송치된 시점에 경찰서 팀장으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참여자의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승리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넘긴 제보자의 법률대리인 방정현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채팅방 참가자들이) 직접적으로 얘기를 한다. 이름을 얘기하진 않았는데 특정 (경찰) 계급을 언급한다”며 “개인적인 비위라든지, 어떤 문제들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처리했다는 식의 대화들이 있다”고 폭로했다.

한국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권익위 측은 경찰과의 유착의혹을 확인한 뒤 경찰의 압수수색을 피하려 밤 11시에 검찰을 찾아가 채팅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은 혐의로 입건된 정준영이 2016년 8월 고소당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하려고도 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성동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는 정씨 휴대폰의 포렌식 작업을 하던 한 사설 업체에 전화해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끝내 이 요구를 거부했고, 경찰은 포렌식 결과조차 받아보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자 정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이 포함된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되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승리라는 가수를 알지도 못한다"라며 유착설에 대해 부인했다.

한편 민 청장은 "범죄와 불법을 뿌리뽑아야 할 경찰에 대해 유착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이 크게 걱정하는 것에 대해 경찰 책임자로서 국민께 죄송하다.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수사에 유착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경찰은 버닝썬 수사에 126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지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