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위 보고서…"北 위해 '원심분리기 구매' 단체·개인 조사중"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온전…작년 9∼10월 원자로 가동 중단하고 핵연료봉 인출한듯"
"방사화학실험실 운영 가능성도…미사일 등 타격 피하려 민간·비군사시설 활용"
유엔 회원국 "北, 북쪽 국경지대에 ICBM 기지 개발중" 제재위 보고
美 "北 148차례 정제유 밀수"…"정찰총국, 폐쇄 유럽계좌 자금 亞로 이동"
안보리 "북한 영변서 핵활동 계속"…사용후核연료봉 인출 주장도
유엔 대북제재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remain intact)하며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북미 1차정상회담 이후 대화국면이 조성된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봉의 인출이 있었다는 일부 회원국의 미확인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위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비롯해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와 중동·아프리카 등에 대한 무기수출, 불법 해킹 및 금융 활동 등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15개 안보리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예정된 시기에 공개됐다.

다만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를 미국이 거절하면서 협상이 '노딜'로 끝난 가운데 북한의 제재위반 내용이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재위는 북한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지난해 2월과 3월, 4월에 며칠씩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핵연료봉 인출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고 보기에는 짧은 기간이어서 해당 기간에 유지·보수 작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한 회원국은 북한의 원자로 가동이 지난해 9∼10월 중단됐다는 사실을 제재위에 보고하면서 "그 두 달 동안 사용 후 핵 연료봉의 인출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전했다.

거론된 시기는 지난해 9월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때다.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수로를 위한 땅파기 공사와 기존 방류시설 주변에서의 건물 신축 모습이 포착됐다.

한 회원국은 신축 구조물에서 지난해 6월중순 냉각수 방류를 확인했다고 제재위에 통보했다.

제재위는 영변 핵시설내 실험용 경수로(ELWR) 서쪽에 새로운 건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위성사진은 방사화학실험실이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우라늄 농축 시설과 채굴광산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 시설 가능성이 있는 '강선'에서는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는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돼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제재위는 특히 전문가 패널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구매한 아시아의 단체(기업)나 개인들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물질인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 구매를 시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회원국은 제재위에 북한이 핵·미사일 조립 또는 생산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민간공장이나 비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활용해왔으며 이들 시설은 무기체계를 조립·이동·시험하기 위한 철로, 도로,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통보했다.

관련 시설을 분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원국은 북한 평성(Pyongsong) 트럭공장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5형'이 조립됐다고 밝혔다.

이 회원국은 북한이 북쪽 국경 인접 지역에 ICBM 기지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제재위에 통보했다.

제재위는 북한이 미사일의 조립과 저장, 실험 장소를 분산시켜왔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북한은 과거에 방치되거나 무분별하게 있었던 군산(軍産) 시설을 발사 장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2017년 7월 4일에는 방현 항공기 제조공장에서, 같은 해 7월 28일에는 자강도 무평리에서 각각 화성 14형을 발사했고, 같은 해 8월 29일과 같은 해 9월 15일에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각각 화성 12형 미사일이 발사했다는 것이다.

제재위는 또 선박 간 이전 방식을 통한 북한의 정유제품과 석탄 밀거래가 대량으로 증가했다면서 이런 제재위반이 대북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8월 18일까지 최소 148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제유를 밀수입했고 이는 연간 수입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초과한 것이라는 미국의 보고 내용을 실었다.

미국은 북한이 이미 상한을 초과했으므로 더 이상 정제유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제재위는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차단하기에는 미국의 '파편적 정보'로는 부족하다면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반박한 러시아 측의 주장도 보고서에 병기했다.

미러 간 논란이 벌이면서 당초 지난해 8월께 예상됐던 제재위의 반기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었다.

제재위는 북한의 선박 간 불법 환적이 범위나 규모, 정교함에서 확대됐다면서 50척 이상의 관련 선박과 160개 관련 회사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재위는 북한은 무기금수 제재도 지속적으로 위반해왔다며 예멘의 후티 반군과 리비아, 수단 등에 해외 중개업자를 통해 소형 및 경화기 무기와 다른 군사 장비 판매를 시도했고 북한의 콩고민주공화국 금광 개발 개입, 시에라리온에서의 군사기지 건설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북한이 금융 제재도 회피하고 있다면서 단천상업은행 등 북한의 해외 금융기관 대표 30명 이상을 조사하고 있고, 이들 은행은 중국과 리비아, 러시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정찰총국은 유럽연합(EU)에서 폐쇄된 계좌의 자금을 아시아의 금융기관 계좌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다수의 국가에서 불법 계좌개설이나 위장 여권을 이용한 여행, 석탄 밀수출 등 각종 불법활동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고, 제재위는 북한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거나 합작투자 형태의 회사 200개 이상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과의 합작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의 코디네이터인 휴 그리피스는 이날 보고서 발간이 북한 지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안보리는 진지하며, 제재 결의안은 매우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리피스는 "제재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틀림없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왜냐면 석탄이나 석유 제품의 은밀하고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으로 수십년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