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작년 유엔 연설 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
"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됐다" 보도
자유한국당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었던 12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더불어민주당의 공분을 사며 논란을 일으키자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개인적 주장이 아니라) 외신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6일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조속한 진전을 위해 우선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적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다”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북한 입장을 소개했다.

그러자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을 설명한 제목이다. 블룸버그는 이 기사에서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북한 독재자를 자신의 국민에게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 연설 직후 논평에서 “당시 이 소식을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한 많은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보증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국내 언론들이 대거 인용하면서 당시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대변인’ 표현을 유일하게 언급한 스티븐 네오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수석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극단적 자기애를 갖고 있는 두 지도자 사이에서 일정 부분 비판을 감수해가면서 협상을 만들어가는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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