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과 '고칠레오' 출연해 '의원정수 발언' 반박 "무지 드러낸 것"'최저임금,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 비난에 "메르켈에게 물어볼까요?"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법적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유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 '고칠레오' 영상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과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한다.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것을 고백하자'는 부분에 대해 "사실에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며 반박했다.박 최고위원도 "제헌헌법에는 남쪽 인구가 대략 2천만명이 되기에 국회의원은 200명 이상 돼야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인구 10만명 당 국회의원을 1명 두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라며 "헌법정신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할수록 국회의원 정수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렇기에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한규정'은 있지만 '상한규정'은 없다"며 "나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 폐지 발언과 유사할 정도로 헌법정신이나 내용에 대한 무시 또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유 이사장은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헌법 공부를 안 하느냐"고 꼬집었다.박 최고위원은 "한다.알다시피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다.법을 몰랐다고 하면 정말 부끄러워해야 되는 것"이라며 "헌법은 모든 법의 근간이기에 헌법정신에 위배되게 법을 해석할 수 없다.헌법은 아주 기본이다"라고 답했다.유 이사장은 "기본을 안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받아쳤다.유 이사장과 박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가 최저임금을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박 최고위원은 "2015년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했고 미국도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확대하고 있다.일본도 마찬가지"라며 "그럼 이 나라들이 전부 사회주의인가.실패한 정책이라면 왜 확대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유 이사장도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최저임금을) 법으로 제정한 것이고, 내각제인 독일 연방의회에서도 보수당인 기민당이 다수당이자 제1당"이라며 "독일의 집권 보수당과 메르켈 총리가 사회주의 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이어 "메르켈 총리에게 메일을 보내서 '귀하가 도입한 최저임금 정책은 사회주의 정책인가? 실패했다고 우리나라 제1야당 원내대표가 말하는데, 왜 실패했느냐?'고 물어볼까요"라고 덧붙였다.그러자 박 최고위원은 "그래서 한국당에 외교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야당 원내대표 윤리위원회 제소 등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문이 사전 배포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의 전략적 ‘갈등 유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말 안되는 소리도 경청해야 하는데…”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은 촛불 심부름센터” 등의 발언으로 정부·여당에 맹공을 가했다.결정타는 나 원내대표의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었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졌다. 여당 의원들의 항의에 연설이 30여분 중단됐다. 이어진 연설에서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고함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만해” “표현 가려서 하라” 등의 고함을 쳤고, 급기야 구호처럼 입을 맞춰 “사과해”를 제창하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제지했다. 나 원내대표가 “(제 주장이 아니라) 외신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소동은 진정되지 않았다.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와 항의했고, 한국당에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맞섰다. 이 의원과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손으로 밀고 당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적용된 뒤 본회의장에서 몸싸움 수준까지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문희상 국회의장은 양당의 감정싸움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여당의 자숙을 당부했다.“羅 윤리위 제소” vs “靑 충성경쟁하나”양측의 앙금은 연설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됐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당에서 즉각 법률을 검토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모욕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에 의거해 가장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국당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천을 1년여 앞두고 청와대 눈도장이 다급했던 것인지, 청와대를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느라 자신들의 행태가 국민에게 목불인견으로 비치는 것조차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청와대도 이날 신속하게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원내 1·2당이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면서 가뜩이나 선거제도 개혁 이슈 등으로 얼어붙은 3월 임시국회가 공회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양당이 난제들을 협상하기 전에 기선 제압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대는 없고 내 주장만 있는 악다구니 국회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민주당은 문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민감해진다. 세간에선 공천을 향한 충성 경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고 한다”고 꼬집었다.정치권 관계자는 “통상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은 연설 직전까지 소소하게 수정되기는 하지만 큰 틀은 보통 1시간여 전에 미리 전체 의원과 언론에 제공된다”며 “우발적으로 충돌한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항의를 해야 할지 민주당은 미리 계산하고, 한국당은 고의적으로 여당의 격분을 불러 국회 파행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박종필/박재원 기자 jp@hankyung.com
자유한국당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었던 12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더불어민주당의 공분을 사며 논란을 일으키자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개인적 주장이 아니라) 외신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6일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조속한 진전을 위해 우선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적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다”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북한 입장을 소개했다.그러자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을 설명한 제목이다. 블룸버그는 이 기사에서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북한 독재자를 자신의 국민에게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말했다.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 연설 직후 논평에서 “당시 이 소식을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한 많은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보증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하지만 이 기사를 국내 언론들이 대거 인용하면서 당시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대변인’ 표현을 유일하게 언급한 스티븐 네오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수석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극단적 자기애를 갖고 있는 두 지도자 사이에서 일정 부분 비판을 감수해가면서 협상을 만들어가는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