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무기 6개를 제조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핵담판’ 결렬 원인이 북한의 핵시설 관련 ‘거짓말’이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내 비핵화 협상 회의론과 대북 강경파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당국, 트럼프에게 북핵 지속 보고”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1차 미·북 정상회담부터 지난달 말 2차 정상회담까지 북한이 6개가량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게 정보기관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5월 북한이 폭파했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기존 시설이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동창리 위성사진에서 해체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고 오히려 발사대 주변 단지가 확대됐다”고 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에도 북한이 핵동결 및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줄곧 지적해왔다. 올 1월 말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이 “북한이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서 외교’를 벌이며 정보기관의 보고를 묵살했다. “정보기관 사람들은 너무 수동적이고 순진해 빠진 것 같다. 그들은 틀렸다. 학교나 다시 다녀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하노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매파’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잇따른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의혹 소식에 “김 위원장에게 실망했다”는 뜻을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기지 확장이나 발사대 복구를 더는 ‘가짜뉴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볼턴 “눈 깜박임 없이 北 보고 있어”

미국 내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연일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10일 ABC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동창리 의혹’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눈도 깜빡하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데 대해선 “긍정적인 신호지만 재개된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비핵화도 명확히 규정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을 포함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을 폐기해야 하고,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미·북 3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하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과 이야기 중일 수 있다”며 “11일 한국의 카운터파트(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중재 역할을 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돌파구로 제시한 남북한 경협 재개에 볼턴 보좌관은 이미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1일 볼턴 보좌관의 미 ABC뉴스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한·미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