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3일(현지시간) “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가 한동안 자제했던 ‘최대 압박’ 얘기를 다시 꺼내며 해상에서의 선박 간 불법 환적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도 내놨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 CBS, 폭스뉴스, CNN에 잇따라 출연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들 오랫동안 시간은 (핵)확산자의 편이라고 믿었지만 우리 판단으로는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방안을 수용하지 않는 한 후속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문을 열어뒀다”며 “북한이 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그들에게 달렸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서두를 것 없다”거나 “시간 게임은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볼턴 "시간은 트럼프 편…北선박 단속 강화할 것"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 내내 대북제재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건 다름 아닌 제재”라고 했다. 또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진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 간 환적을 못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2016~2017년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원유 및 석유제품 거래를 각각 연간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이 같은 제재를 피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에게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반대급부를 담은 ‘빅딜’ 문서를 건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글본과 영문본을 각각 건넸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성사를 원했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북한은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유엔의 핵심 대북제재 5건을 풀어주는 부분타결 방안을 제시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개념에 생화학 무기가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핵과 탄도미사일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안에 대해선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며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가 포함됐다”고 평가절하했다.

빅딜 대가에 대해선 “빅딜 문서에선 대가로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있다”며 “경제 강국이 될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볼턴 보좌관의 연쇄 언론 인터뷰는 대북정책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는 신호탄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미 강경파들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 방식에 대해 “너무 유화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비건 대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북한도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심 대북제재를 맞바꾸는 방안을 고수하며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북 협상은 상당 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