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 장하성·주일대사 남관표·주러시아 대사엔 이석배 내정
미국을 제외한 4강 대사가 한꺼번에 교체된다. 두 달째 공석인 주중 대사에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수훈 주일 대사 후임에는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러시아 대사에는 러시아통인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유임됐다. 문재인 정부 1기 4강 인사가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짜여진 데 이어 2기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 전 실장 발탁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전반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올해 중국 전담 국을 별도로 신설해 대중 외교 강화에 나선 만큼 측근 인사를 통해 한·중 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장 전 실장은 청와대 출신인 데다 전임자인 노영민 비서실장에 이어 대중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 전 실장은 중국 런민대, 푸단대에서 교환교수를 지냈지만 외교 현안을 다룬 경험은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 현안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일 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남 전 차장 역시 현 정부 국정철학 기조에 맞춰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냉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일 대사 교체를 통해 관계 재정비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무고시 12회 출신인 남 전 차장은 그러나 1992년부터 3년가량 주일 대사관 서기관으로 근무했지만 이후로는 일본 관련 경험이 없다. 현재 한·일 관계는 위안부 갈등, 강재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역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를 풀어내기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러시아 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이 총영사는 러시아통으로 알려졌다. 비외무고시 출신인 이 총영사는 1991년 러시아 전문 특채로 외교부에 들어와 약 27년간 주러시아 공사와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 등 러시아 관련 업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4강 외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발탁되면서 청와대 출신을 대우해주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발탁하는 건 당연한 인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에는 고형권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임명됐다. 고 신임 대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