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에 집중했던 김정은, 베트남서 꼭 필요한 일정만 소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공식친선방문을 위해 북한 최고지도자로 55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일정만 소화했다.

성과 없이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핵담판에 모든 힘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전용열차를 타고 3천800㎞가 넘는 거리를 달려 지난달 26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다시 전용차로 북미회담 무대인 하노이로 170㎞를 더 이동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오전 11시께(이하 현지시간) 도착했다.

호텔에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상 부상,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 북미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오후 5시께 호텔을 나서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 50여분간 머물며 현지 실태를 파악했다.

이 외출이 다음 날인 27일 오후 6시 20분께 트럼프 대통령을 260일 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있었던 유일한 별도 이벤트였다.

김 위원장은 이후에도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28일 낮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위해 1일 오후 5시 20분께 호텔을 나설 때까지 약 26시간 동안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사이 베트남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은 고위급 수행단에 맡겼다.

북한 노동당의 오수용 경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외교담당 부위원장 등 20명은 27∼28일 유명 관광지인 할롱베이와 자동차·스마트폰 제조공장이 있는 하이퐁시, 플라스틱 생산공장이 있는 하이즈엉성, 하노이 시내에 있는 통신회사인 비엣텔, 농업과학원 등을 숨 가쁘게 다녔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도 바꿔 귀국을 서두르기로 했다.

애초 2일 오후 2시께 숙소에서 떠나 동당역으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2일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에 헌화한 뒤 오전 10시께 동당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방문 기간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방문하는 등 '깜짝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1일 오전 하노이 시내에 있는 '베트남-북한 우정 유치원'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소문으로 그쳤다.

이 때문에 핵담판 결렬에 따른 충격이 상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