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핵심으로 거론된 영변 핵시설 외에 북한에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새로운 핵시설 폐기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 회담 결렬의 주원인으로 보인다.

미국이 발견한 핵시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곳은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이다. 평양 인근인 평안남도 천리마구역 내에 있는 지하 핵시설로, 규모가 영변 핵시설의 두 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핵탄두와 미사일, 핵 개발 관련 시설 숫자를 줄이려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영변 외에 강선에서도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강선이 영변보다 먼저 지어졌으며 2000~4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해도 평산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 정련시설, 평안남도 순천의 우라늄 광산 등도 거론된다. 우라늄은 원석 내 함량이 약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광산 안에서 채굴과 정련을 같이한다. 우라늄을 캐낸 후 정련 과정을 통해 우라늄 순도를 80% 이상 높인 ‘옐로 케이크(Yellow Cake)’를 생산해 농축시설로 운반한다. 이 때문에 우라늄 광산 역시 핵사찰과 신고 대상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미국은 앞서 회담 의제로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한 핵프로그램을 내세웠다. HEU는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북핵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형태인 데다 감시도 더 어려운 만큼 북한 비핵화 조치의 완성을 위해선 검증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HEU 문제를 꺼냈다는 것은 핵시설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