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核담판 무산…2차 美·北 정상회담 '빈손'

김정은 영변핵 폐기 대가로 "모든 제재 풀어달라"
트럼프, 영변外 핵시설 거론하며 북한 요구 거절
확대회담서 이견 못좁혀…오찬·서명식 전격 취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북한 비핵화 수준과 북한이 요구한 제재 완화 수준 간에 격차가 컸다고 미국 측은 밝혔다. 한반도 정세는 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55분(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중간에 오찬을 같이하면서 확대 회담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찬 시간이 계속 미뤄지더니 오후 1시25분께 두 사람은 합의문 서명 행사 없이 회담장을 빠져나와 각자 숙소로 복귀했다. 협상이 타결됐다면 북한 비핵화 내용을 담을 ‘하노이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백악관은 곧바로 “미·북 정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단독 정상회담 시작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정은은 기자들 앞에서 “내 직감으론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4+3’ 확대회담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선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의 첫 기자회견 데뷔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과 남북한 경제협력을 일부 허용하는 ‘스몰딜’ 수준의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대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양측이 스몰딜을 넘어서는 수준의 협상을 벌이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15분부터 38분간 단독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북한은)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히 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돼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이행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뜻도 전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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