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3시간 전부터 열기…김순례, '5·18 유공자명단 공개' 또 주장
민주노총 등 '5·18 모독' 규탄하며 시위…곳곳 몸싸움도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는 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물결로 가득 찼다.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킨텍스 주변은 당 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펼친 장외 응원전으로 일찌감치 후끈 달아올랐다.

행사장 전면엔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다함께 미래로'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고, 행사장 외곽 곳곳에는 빨간색 원형·막대 풍선과 후보자들의 캐리커처 인형이 나부꼈다.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힘껏 외치며 당내 최대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당이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장소에서 전당대회를 연 것은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2016년 8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전대 이후 2년 반만이다.

킨텍스는 약 8천1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된 직전 전대는 대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 등을 의식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소박하게 치러졌다.

이날 전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27∼28일)과 날짜가 겹쳤지만, 한국당은 당의 최대 축제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양 원래 일정을 고수했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선 및 2018년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를 딛고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자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이게 나라입니까" 호소에 8천 당원 환호
전대 사회를 맡은 김성원·송희경 의원이 오후 2시께 개회선언을 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당원 8천여명은 일제히 환호했다.

강기정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 정계 주요 인사들도 전대 행사장을 찾아 제1야당의 최대 축제를 축하했다.

현 정부에 맞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자리인 만큼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정부는 국민을 어리석고, 형편없는 존재로 보고 국민 생활 하나하나에 간섭하고 있다"면서 "한국당은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하는 당으로, 우리 스스로가 위대한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임기가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은 "7개월 반 전 제가 여러분 앞에 섰을 때 이 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마지막 D데이인 어제 우리 당 지지율이 32%까지 올랐다는 선물을 받았다"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무능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인 이 정권과 싸우기 위해 더는 망설이거나 이탈한 시간이 없다"면서 "이념으로 갈라치고,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이 정권을 그대로 둘 수 없다.

경제 악정과 안보 악정, 정치 악정, 비리 악정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선교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은 "지난 2년이라는 세월이 갑자기 저에게 몰려와 가슴이 격하게 뛴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숨도 못 쉬고 살았는가.

그런 세월을 보냈는데 지금 이 대한민국이 나라입니까"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2년 전 광화문에서 촛불은 박근혜 청와대를 향해 '이게 나라입니까'라고 외쳤다"면서 "그 많던 촛불이 다시 청와대에 모여 문 대통령에게 '이게 나라입니까'라고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뜨거운 연설 경쟁…김순례 "5·18 유공자명단 공개" 또 주장
당대표 후보들은 마지막 무대에서 불꽃 튀는 연설전을 펼쳤다.

당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는 "오늘은 한국당이 새로운 출발과 위대한 재도약을 국민들에게 선포하는 날이다"라면서 "이 정권의 폭정을 끝내고, 총선 압승을 이뤄내고, 정권 교체를 만드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오세훈 후보도 "보수 가치를 위해 싸우다 버림받았던 마지막 장수로 기록되고 싶다"면서 "야당일 때 들어와 두 번의 정권을 창출했던 경험으로, 서울시장을 거머쥔 저력으로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후보는 "진태는 '진짜 태풍'의 약자다.

진짜 태풍이 불어 판이 바뀌고 있다"면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는게 망언인가.

왜 제명하라고 난리인가.

우리끼리 내부 총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후보 8명과 4명이 각각 출마한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선거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포트라이트는 국회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냈다"고 해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와 문 대통령을 향한 '막말 릴레이'로 논란을 부른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에게 쏟아졌다.

김순례 후보는 "최고위원으로 당선시켜주면 내년 총선 완벽한 압승으로 2022년 대선에서 우리 정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은 채 '5·18 유공자명단 공개하라'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에 당원들은 박수로 호응하기도 했다.

김준교 후보도 민주당을 겨냥해 "우리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당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면서 "국민 존엄성을 말살하려는 문 정권의 음모에 맞서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의 소개 영상에선 '문재인 물러나라. 그 자리는 네 자리가 아니야'라는 가사의 로고송이 여전히 흘러나왔다.

◇ 5·18 폄훼 논란 여진…민주노총 기습시위로 '몸싸움'
김진태 당대표 후보를 비롯한 당내 일부 의원의 '5·18 모독' 사태의 여진은 전대에서도 여전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4월16일의 약속-국민연대' 소속 100여명이 이날 오후 1시께 킨텍스 안에서 '한국당 해체' 기습시위를 벌였고, 이들이 김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자들은 전당대회장 입구에서부터 '역사왜곡정당 해체하라', '세월호 참사 중대 범죄혐의자 황교안', '김진태 제명! 김순례 제명!'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국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후보 지지자들을 포함한 일부 당원들은 시위대의 피켓을 뺏거나 찢었고, 결국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투입됐다.

또, 시위대가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면 "빨갱이가 난입했다"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은 시위대를 에워싸 양측의 추가 충돌을 막았고, 한국당 측이 시위대 연행을 경찰에 요구하면서 행사장은 1시간 만에 질서를 찾았다.

한편, 킨텍스에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태극기부대'의 과열 응원을 의식한 듯 성조기와 태극기를 파는 상인까지 등장했다.
한국당 전대 '빨간 물결' 유세전…"이게 나라냐" 성토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