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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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하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소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개 소환이 아닌 비공개 소환 조사가 이뤄질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불법사찰 의혹과 여권 주요 인사 비위 첩보 무마 의혹,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 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조 수석을 비롯한 피고발인을 전원 비공개 소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출석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 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청와대 실무진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 전 수사관의 폭로로 수사에 나선 이래 현재까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과 환경부 김은경 전 장관, 박천규 차관 등을 소환했지만 이들의 소환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기소 전 수사 사건에 관해 혐의와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환 대상자가 전·현직 고위공직자 등인 경우에는 소환 사실이 알려져 언론에서 확인을 요청하거나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때 소환 전후에 걸쳐 소환 대상자, 소환일시 및 귀가 시간, 죄명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보준칙상 공적 인물로 분류되는 고위공직자로는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및 이에 준하는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차관급 이상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등의 소속 공무원, 공직 유관단체의 장으로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 등이 포함된다. 이런 직위에 있었던 전직 고위공직자도 해당한다.

검찰은 이 같은 준칙에 따라 최근 '사법 농단' 핵심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소환 일정을 사전 공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때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소환 일정도 모두 공개됐다. 조 수석과 같은 지위에 있다가 물러나 공직자 신분이 아니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017년 4월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당시에도 일정을 공개했다. 이번 검찰의 비공개 소환 방침을 두고 '권력 봐주기'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수석 등을 향한 검찰 수사는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에 근무할 당시 불법사찰을 비롯한 여러 비위를 목격했다고 지난해 말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전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 의혹을 보고했으나 청와대 '윗선'에서 이를 묵인했으며, 특감반이 전직 총리 아들이나 민간은행장 등을 대상으로 사찰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수사관은 환경부로부터 지난해 1월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을 담은 문건을 받아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청와대가 친정부 인사들을 앉힐 자리를 마련하려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은 특감반 의혹을 두고 임 전 실장과 조 수석, 박 비서관, 이 전 특감반장 등을, 환경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환경부 김 전 장관과 박 차관, 이 전 특감반장 등을 고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