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이인영 변수’로 출렁이고 있다. 오는 5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물밑 세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당내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등의 지지를 받는 이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 판세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당내 친문재인계 의원들이 김태년 전 정책위원회 의장의 대항마로 이 의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주 86그룹 및 친문그룹의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친문 핵심 의원들의 지원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 밑에서 정책위 의장을 지낸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으면 당의 색깔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 사람이 주요 보직을 모두 맡는 데 대한 거부감이 일부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출마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삼수에 나서는 노웅래 의원, 김 의원, 이 의원 간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당초 김 의원의 우세 속에 노 의원의 추격전이 예상됐으나 이 의원의 등장으로 판세가 예측불허 상황으로 바뀌게 됐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의원은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의 민평련 출신으로 당내 86그룹 대표 주자다. 당내 의원들의 정책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더좋은미래는 우원식 우상호 의원 등 중진들과 재선 의원 등 25명이 소속돼 있다. 여기에 김 의원과 사이가 소원한 친문 의원들까지 합세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이 의원 측 판단이다.

그동안 경쟁 구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김 의원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여당의 정책위 의장을 맡은 김 의원은 리더십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8월 이 대표 당선 이후에도 유임됐다. 원내대표 선거 준비를 위해 지난달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난 김 의원은 이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의원들과 당내 친문계 의원들의 지원을 내심 기대했다. 여기에 강력한 잠재 경쟁 상대로 평가받던 조정식 의원이 정책위 의장을 맡게 되면서 김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이 의원이 당내 다양한 지지 모임을 앞세워 원내대표 선거전에 본격 뛰어들면서 승부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노 의원도 일찌감치 표밭을 다져온 만큼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수도권 한 의원은 “한쪽으로 쏠려간 듯하던 원내대표 선거 구도가 이 의원 출마로 볼 만한 경쟁이 됐다”며 “누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의원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원내대표 도전설이 나오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그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한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