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놓고 청와대·여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는 비판에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먹칠을 삼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더불어민주당도 ‘정상적인 체크 리스트’라고 가세하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및 김경수 드루킹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이 ‘인사권은 본인에게 없다’고 하던 말, 그리고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것을 종합해 보면 단순 청와대 보고가 아니라 청와대 지시에 의한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넉넉히 추단된다”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이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말에 의하면 블랙리스트는 330개 기관, 660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그 규모 면에서나 정도 면에서 소위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보다 훨씬 급이 다른 초대형 블랙리스트”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검 카드’로 검찰수사를 압박했다. 그는 “만약 검찰이 머뭇거린다면 우리는 국회에서 이미 제출한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10일 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특검 주장이 너무 난무해서 특검한다고 하면 민주당이 받겠느냐”면서도 “만약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야당 공세에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딱지를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붙이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 건은 사안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과거 정부에서 지원사업에 배제된 인물들은 영화·문학·공연 등 각종 업계에 종사하는 민간인이 대상이었다”며 “이번 환경부 건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로 국민에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분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과 관련해선 “거론된 24개의 직위 가운데 임기 만료 전 퇴직은 다섯 개에 불과하다는 게 이미 국회에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받은 뒤 환경부 감사관실이 산하기관 임원 등을 내보내기 위한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인사수석실이 장관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인 업무절차”라며 “만일 그걸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을 관리, 평가하는 것은 문제될 것 없는 적법한 인사 관련 감독권 행사”라고 거들었다.

김소현/박재원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