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부대' 시위…윤리위 회의 장소 급거 변경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징계하기 위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는 13일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속칭 '태극기 부대' 등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이 몰려와 강력하게 항의하고, 이에 윤리위원들이 비밀리에 장소를 변경하는 등 그야말로 '숨바꼭질'을 벌인 것이다.

한국당은 애초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에서 당 윤리위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당연히 '5·18 망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들 세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태극기 부대 200여명이 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영등포 당사로 몰려들어 회의 개최가 여의치 않은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들 태극기 부대가 결집한 것은 '김진태 윤리위 제소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김진태 당 대표'를 외쳤다.

김진태 의원은 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에서 기호 3번 당대표 후보로 나선 상태다.

또 일부는 '대한민국 우파는 김진태를 지지한다', '윤리위 제소 당장 취소하라', '공정한 전당대회를 보장하라' 같은 글귀가 담긴 피켓을 들고 김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 자리에는 '북한군 개입설'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지만원 씨도 참석했다.

이들은 곧이어 윤리위 회의 장소인 기계회관 주변으로 이동했다.

그러고선 기계회관 앞 인도를 점거한 뒤 꽹과리를 치며 시위를 벌였다.

기계회관 앞 차도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버스 6대가 대기했다.

이들은 또한, 국회 본청 앞으로도 몰려와 "종북세력 물러가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5·18 망언 징계' 한국당 윤리위 숨바꼭질…'비밀회동'으로
하지만 회의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가 지나도록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 등 윤리위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회의 장소를 바꾼 것이다.

김영종 위원장은 오전 10시 35분∼오전 11시 국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차를 타봐야 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장소는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전망에 대해서도 "윤리위원들과 사전에 한마디도 해본 적이 없다"며 "오늘 회의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오늘 결정이 나지 않으면 내일 다시 회의를 열겠느냐'는 질문에 "위원들도 (다른) 일정이 있다"며 이날 결론 낼 것을 시사했다.

그는 간단한 응답을 마친 뒤 곧바로 당직자의 에스코트를 받아 차를 타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당 공보실은 회의 시작 시각이 10여분 지난 오전 11시 12분 취재진에게 "당 중앙윤리위 회의는 기존에 알려진 장소가 아닌 곳에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