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수십여 개의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현장 직원까지 총동원해 소액주주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총 참여를 읍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의결 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에 비상이 걸리자 ‘본업’을 제쳐두고 주총안건 통과에 올인한 것이다.

이달 주총 활성화 대책 발표

11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안에 지난해와 같은 주총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판매회사인 증권사만 갖고 있는 주주의 이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상장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골자다.

소액주주 직접 찾아가 "주총 참여" 호소, 진풍경 사라질까
정부 관계자는 “1960년대 상법이 제정될 땐 전화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상장회사가 주주의 ‘성명과 주소’ 정보만 받도록 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무부는 “개인 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있다”며 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다. 주주의 성명 및 주소만 알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총 참여 주주에게 사은품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 법무부에 기업이 주주총회 참여 주주에게 소정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상법엔 ‘회사가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한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엔 보상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다. 경제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지난해 3월 정기주총 전자투표에 참여한 주주에게 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한 수준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주총 대란 잠재울지 미지수

정부가 다음달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긴급히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주총대란’이 올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올해 주총에서 보통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에 미달하는 상장사가 7곳 중 한 개꼴인 271개(1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총 부결 회사(76개)의 네 배에 가까운 수치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당장 올해 주총부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경제민주화 조항이 포함돼 여야 합의가 어려운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주총 대란을 피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주의 개인정보 제공이라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어 법 통과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상법은 시행령만 고치고, 쟁점이 적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국회와의 협상 여지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야 대치로 2월 국회 일정 협의마저 중단된 상태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 올해도 주총 대란이 재연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