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지원 체제 강화·제도개선 워킹그룹 합의…제도 개선 이뤄져
최초 50%↑요구 美상대 8%대 인상…'1조 저지선' 못지켰지만 '선방' 평가도
상반기중 새 협정 협상 돌입 가능성…美 증액요구 거세질 듯
방위비협상 명암…투명성 강화 '성과'·거세질 증액요구 '부담'

한미가 심각한 이견을 빚던 제10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문안에 10일 가서명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담 요인을 덜게 됐다.

총액 면에서 정부가 당초 설정한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원은 넘겼지만, 분담액 1조389억원(작년 대비 8.2% 인상)은 미국의 최초 제시액(1조4천400억원·종전대비 약 50% 증액)을 고려하면 나름 선방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을 분담하라는 요구를 거부했고, 군사건설 분야에서 '예외적 현금지원'을 철폐하는 한편 군수지원 분야 미집행액의 자동 이월을 제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성과도 일궈냈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1년이어서 이르면 상반기에 새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특히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계 각국과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 중이어서 증액요구가 더 거세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사실상 '본게임'을 1년 유예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한미는 새 협정이 적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번 협정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이 경우에도 총액은 다시 정해야 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물지원 체제 강화·제도개선 워킹그룹 합의…제도 개선 성과
방위비 분담금의 3가지 항목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에서 두루 개선이 이뤄졌다.

우선 군사건설비에서 예외적 현금지원 조항이 삭제됐다.

설계·감리비를 제외하고는 전면적인 현물지원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과거엔 미국이 보안상의 이유로 한국업체를 통해 공사할 수 없는 특수정보시설(SCIF)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현금으로 받아갈 수 있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업체 활용이 제한되는 특정시설에 대해선 군사적 필요성이 인정되고 (미국이 불용액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용 현금이 부족하다고 양측이 협의해 합의할 경우 현물지원 형태로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간 문제 돼 온 현금 미집행분 축적에 따른 이자소득 발생도 원천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현금으로 지급하는 설계·감리비의 경우 과거엔 군사건설 배정액의 12%를 고정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집행실적을 반영해 12% 이하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올해 500억원을 설계·감리비로 설정했는데 100억원을 쓰지 못했다면 내년도 설계감리비에서 그만큼 제외해 집행률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상 현금지원 비율 축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수지원 분야에선 매년 말 미집행 지원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이듬해로 이월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월 허용기준이 마련됐다.

해당 사업년도에 계약이 이뤄졌거나 그해 12월 1일 까지 입찰공고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이월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간 자동 이월 관행에 대해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과 충돌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개선한 것이다.

현재 군수지원 누적 불용액은 500억여원 정도로,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군사건설 사업선정 과정도 내실화됐다.

사업선정 과정에 우리측이 목록 조정 및 추가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은 5개년 사업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군수지원 사업 목록 및 수정 사항을 분기마다 우리측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75% 상한선도 철폐했다.

9차 협정기간 우리 정부의 실제 분담률은 70% 수준인데, 75% 이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총액 범위내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인건비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할 워킹그룹(합동실무단)도 가동하기로 했다.

석 달 뒤부터 가동될 워킹그룹에서는 주로 군사건설비의 소요형 전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는 금액을 합의해놓고 어떤 사업에 쓸지 정하는 '총액형'인데 일본처럼 총액을 정하지 않고 사업을 선정해 심사하는 '소요형'이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된다.
방위비협상 명암…투명성 강화 '성과'·거세질 증액요구 '부담'

◇상반기 중 새 협정 협상 돌입 가능성…美 증액요구 거세질 듯

이번 협정은 올해에만 적용되는 1년짜리다.

내년 이후에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을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 한미가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미군이 있는 세계 각국과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에 대한 자국 정부 차원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이번에 이례적으로 유효기간 1년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새로운 원칙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원칙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새롭게 동맹국과 협상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새 원칙이 마련되면 첫 번째 상대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현 방위비 분담금협정이 2021년 종료돼 일러야 올해 하반기에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어떤 원칙을 들고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지금보다 동맹국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 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걸린 내년 대선(11월)을 앞두고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이상으로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새 협정이 적시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양국이 합의하면 현 협정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우리측 요구로 마련했다.

총액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문안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명문화돼 있진 않지만, 연장은 한 차례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때도 총액은 새로 합의해야 해 어려운 협상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 경우에도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위비협상 명암…투명성 강화 '성과'·거세질 증액요구 '부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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