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 확정됐다. 당초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미국은 베트남 휴양도시 다낭을, 북한은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밀었지만 북한 뜻이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하노이에서 27,28일 김정은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측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생산적인 만남을 마치고 북한을 막 떠났다”며 “김정은과 2차 정상회담 시간과 날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회담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월27,28일 열린다”며 “김 위원장과 만남을 고대하며 평화의 대의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적 로켓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트윗에선 “북한은 김정은의 지도 아래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몇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나를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는 김 위원장을 알게 됐고, 그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북한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경제적 로켓!”이라고 썼다.
◆회담 장소, 북한 뜻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2월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개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CNN은 회담 준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하는 데 비해 미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때 경호·동선 등 준비를 마쳐 회담을 치르기 편한 다낭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2박3일(2월6~8일)간 평양에서 열린 비건 대표와 북한측 카운터파트와의 실무협상에서 결국 북한의 뜻이 관철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노이는 대사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북한에 최선의 장소로 꼽힌다. 우선 하노이는 베트남이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이른바 ‘반 외세 항전’을 벌여 승리한 중심지다. 이 곳에서 미국과 담판한다는 건 대내외에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또 하노이는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이 1958년 11~12월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베트남(당시 월맹)을 국빈방문해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1964년 11월에 2차 정상회담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2차 미·북정상회담의 주도권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북한에 ‘통큰 양보’를 한 대신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있다.

◆미 “정상회담 전 추가 실무협상”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 전 성명을 통해 비건 대표가 북한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와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의 직함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라고 표기했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에서 김 대표와 만났으며,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구축 등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진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양측의 추가 실무협상 일시와 장소, 관심을 모았던 비건 대표의 김 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북-미, 뭘 주고 받았나
미국과 북한이 ‘평양 담판’에서 뭘 주고받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초 비건 대표는 2차 정상회담 실행계획과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 두가지 모두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트윗과 국무부 발표만 놓고보면, 이번 평양회담에서 나온 결과는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시간, 그리고 추가 실무협상 합의 정도다. 미국과 북한이 핵심 의제에 대해선 아직 논의할게 더 남았다는 뜻이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에 앞서 지난달 31일 이례적인 공개 강연을 통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김 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약속했다”며 “이는 영변(핵시설)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약속’을 빌어, 북한에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을 끝낼 의지가 있고, 미국은 김정은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북한에 체제보장을 약속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강연에서 “비핵화가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초기 단계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핵 협상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전체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받는 대신 북한이 약속한 영변핵시설 폐기에 더해 추가 조치를 이끌어내는 ‘영변+알파’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제재완화를 제외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등을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제재를 완화하면 대북협상의 지렛대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제재완화에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최우선으로 경제적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