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의견차가 컸던 분담금 규모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10억 달러(1조1305억원) 미만으로 하되, 협정의 유효기간은 미국이 주장한 1년으로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4일 “이번주 중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차질을 없도록 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말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방위비 협상을 사전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 측은 그간 협상에서 ‘최상부 지침’임을 내세워 분담금 총액의 마지노선을 10억 달러로 정하고 유효 기간 1년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1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9999억원과 유효기간 3∼5년으로 하자고 맞섰다. 양측은 치열한 협상 끝에 미국은 총액을, 우리 측은 유효기간을 각각 양보해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인 셈이다.

우리 측은 당초 총액 부분에서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유효기간 1년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미 측의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유효기간을 1년으로 설정하면서 한·미는 곧바로 차기 협상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협정의 국회 비준 절차를 마치기도 전에 차기 협상을 준비해야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당장 유효기간 1년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해 향후 국회 비준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정부가 반미세력의 눈치를 보고 분담금 규모를 10억 달러 이하로 설정해놓는 대신 유효기간을 대폭 양보하는 실책을 범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미는 설 연휴가 끝나는대로 양국간 서명 등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