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大서 공개 강연

'비핵화 前 제재 완화 없다' 강조
주한미군 철수엔 "논의된 바 없다"

전문가 "순차적 영변 핵시설 검증
北 어떤 조치 내놓느냐가 관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강연을 위해 스탠퍼드대 교정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강연을 위해 스탠퍼드대 교정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31일(현지시간) 북한과 다음주 실무 협의를 앞두고 대량파괴무기(WMD) 등에 대한 포괄적 핵 신고를 요구하면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동시에 대북 정책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책이 있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최대한 견인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공개 강연에서 최종적인 비핵화 전에 WMD 및 미사일 전체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포괄적 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접근과 감시에 대해 북한과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핵 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 및 다른 WMD 재고에 대한 제거와 파괴를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북한에 요구해 왔던 핵 신고 문제를 재차 꺼내든 것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 불거진 ‘비핵화 목표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미뤄볼 때 미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이상의 핵 시설 신고 및 사찰·폐기 등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3일 한국을 방문, 북측과 실무협상을 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그는 “(북한이 어떤) 상응조치를 원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종전선언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미국은 북한 및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북 투자를 동원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을 탐색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면 에스크로 계좌 등을 활용한 경제 보상 패키지를 논의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다만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 완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거부해온 핵 신고 등을 재차 요구하고 협상 실패 가능성도 거론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주한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선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협상의 성패가 달렸다”며 “미국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의 과감한 조치를 촉구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일 “조선(북한)의 선행조치와 제안, 정책적 의지에 상응한 미국의 신뢰조성 조치와 계획이 합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